임상적 즉흥연주에서의 의미 있는
음악적 대화와 비언어적 의사소통
캐나다 유학을 통한 음악치료 입문
나의 음악치료 여정은 영어와 불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캐나다에서 시작 되었다. 하지만, 외국어인 영어로 공부를 시작하였던 나는 언어장벽에서 파생되는 어려움들로 인하여 공부초기에 전반적으로 많은 고초를 겪었었다. 특히 학교 교과과정에서 요구되는 음악치료 실습을 진행하면서 영어를 필수로 하는 의사소통은 나에게 많은 어려움과 도전을 주었다. 다시 말해서, 임상실습에서 쓰이는 언어적 의사소통은 보다 더 공식적인 표현을 필요로 하였으며 임상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언어장벽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음악이 다른 방법으로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의사소통을 가능케 해 줄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가지고 그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음악은 “보편적 언어”일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수단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나의 굳건한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언어장벽에 의한 어려움들을 겪고 있던 중, 나는 음악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은 물론, 언어가 배제된 상태에서도 의사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과 이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발견은 실로 나에게는 큰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임상적 즉흥연주를 통한 음악적 의사소통을 알아가기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의 워털루 시에 위치하고 있는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 (Wilfrid Laurier University)에서 음악치료를 공부 할 때, 나의 관심은 어떻게 클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음악적으로, 임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 부분은 그 당시 나에게 가장 의심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음악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이면서도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임상실습을 하는 동안 클라이언트들이 자신의 병리학적인 이유로 인하여 부분적으로 언어장애를 경험하거나, 혹은 완전히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 나는 그들을 향한 강한 감정이입이 형성되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었다. 나와 나의 클라이언트들 사이에서 언어적 교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영어로 인해 언어 장벽을 감당해야 하는 내 자신의 고충은 나의 클라이언트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충분한 공감을 느끼게 하였고, 더불어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내가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언어로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과, 효과적인 음악적 대화를 하기 위해 임상적 즉흥연주 기법을 알고자 했던 것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이렇게 “필연적으로” 임상적 즉흥연주에 더 빠지게 되었고, 이것을 탐구하고 연습하려는 나의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또한, 나는 임상적 즉흥연주를 전문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양한 자원들, 이론들, 그리고 기술들을 습득하는데 몰두하기 시작하였고, 개인적으로 내가 이 즉흥연주를 사용하여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그리고 건축적인 내용을 전재로 하였고 동시에 효과적인 음악적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그 이론적 틀과 기술적 접근을 미학적 음악치료 (Aesthetic Music Therapy – AeMT)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영국 출신의 음악치료사인 콜린 앤드류 리 (이하 콜린 리)는 이 음악치료 모델을 발전시켰는데, 현재 그는 내가 캐나다에서 음악치료를 공부하였던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의 음악치료 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콜린 리의 저서 ‘미학적 음악치료의 구조’에서 그는 미학적 음악치료를 음악적 대화를 그 중심으로 보는 즉흥적인 접근방식의 음악치료라고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미학적 음악치료(AeMT)는 음악학과 작곡관점을 토대로 바라보는 음악치료이다. 음악의 이론들을 치료의 이론으로 고려하고, 이것은 임상적으로 새로운 탐구방법을 제시한다. (페이지 1)…. 이 과정의 해석은 음악적 구조의 이해와, 그 구조가 클라이언트와 치료사 사이에서 발생되는 임상적 관계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에 대한 이해로부터 온다 (페이지 2).
이러한 임상 접근방식은 즉흥연주에 대한 분석적이며 실용적인 견해를 갖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임상적 즉흥연주는 미학적 음악치료의 이론들과 그것들을 실제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필요한 필수적인 치료 기술이다. 나는 임상적 즉흥연주를 음악치료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추구해야 할 전문 기술이며 개인적인 전문성으로 결정하고 이러한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연구하였다.
음악적 대화 그리고 미학적 음악치료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임상실습 초기 시절, 나는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자연스럽고, 의미 있으며, 그리고 숙련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찾는 데 필사적이었다. 임상적 즉흥연주를 통한 음악적 대화는 이러한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 미묘하지만, 섬세하고 분명한 해결 방법들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즉흥연주를 통한 음악적 상호작용은 음악적 친근감뿐만 아니라, 개인간의 관계성립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또한 즉흥연주를 수행하는 동안 클라이언트는 그 상호작용의 성격을 갖는 음악과 일체가 되는 동시에 치료사 및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초연적인 강한 힘을 경험케 한다. 나는 이러한 임상적 즉흥연주의 능력에 크게 고무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 감흥에 젖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음악적 대화의 확립 및 개발은 언제나 음악치료사로서 나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러한 나의 생각과 노력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나의 클라이언트들을 위하여 최적의 임상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내 자신을 성장시키고 앞으로 정진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란 믿음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미학적 음악치료가 표방하는 음악적 대화를 핵심으로 보는 것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콜린 리의 음악에 대한 믿음, 견해, 그리고 음악치료에 대한 철학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실제로 콜린 리의 음악치료 철학과 이러한 배경을 근거로 하는 임상적 응용방법에 의하여 큰 영감을 얻었다. 앞서 밝혔듯이, 콜린 리의 치료적 견해는 음악적 구조의 이해 및 그 구조가 클라이언트와 치료사 사이에서 생성되는 임상적 관계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가와 관계가 있다 (페이지 2). 콜린 리는 이러한 치료적 과정이 오직 우리가 철저하게 음악적 구조를 분석하고 검증할 때만이, 더불어 음악이론을 치료이론으로 계발할 때만이 임상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이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그의 견해와 공감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치료사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
음악치료에서 임상적 즉흥연주는 단지 많이 사용하는 치료기술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즉흥연주는 음악치료를 의뢰하는 모든 클라이언트들에게 적합한 기술 또한 아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 나는 자연스럽게 임상적으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다른 접근방법 및 그 기술들을 통하여 나의 클라이언트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최적의 조건으로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즉흥연주 이외의 기술들을 기꺼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이 즉흥연주 기술이 음악치료에서 어떤 모델 및 접근방식이 거론되던 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쉽게 간과하면 안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하여 냉철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왜 임상적 즉흥연주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나의 생각들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음악치료세션에서 클라이언트와 치료사의 관계 형성은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이 그 즉흥연주를 “임상적”으로 만드는가는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여러 다른 사항들 이외에 음악적 대화, 상호작용, 그리고 의사소통을 통하여 생겨나는 그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음악치료사와 클라이언트가 즉흥연주 안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음악적 공간을 창조할 수 있을 때, 두 사람 모두 그들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친밀하고 역동적이며, 상호교환적인 관계를 창조하게 된다. 보통 치료사는 즉흥연주과정에서 자신의 클라이언트에게 함께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특히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두 연주자가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서로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호교환적인 음악 만들기에서 음악치료사와 클라이언트는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데, 나는 이것을 음악적 상담이라고 믿는다. 치료사는 클라이언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치료적 중재를 제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음악치료사는 클라이언트 자신이 내면의 갈등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다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음악치료에서 즉흥연주를 하는 동안 섬세하고 (때로는 민감한) 숙련된 음악치료사의 능력은 음악 및 임상적 중재에 직접적으로 연결 되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사의 자질은 음악치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즉흥연주를 통한 중재 도중 클라이언트는 자율의지를 가지고 음악을 연주하게 되고, 다른 방법의 의사소통, 자기표현, 자신감, 집중력, 구조, 형식, 창의성, 기쁨, 그리고 의미 있는 대화를 경험하게 된다.
임상적 즉흥연주는 악기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클라이언트의 정신적, 감정적, 그리고 육체적 상태와 관련된 주제 (예를 들어, 리듬 또는 선율로 표출) 또는 목소리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주제 (예를 들어, 생각, 감정, 또는 일을 묘사)에 기초를 두게 된다. 음악은 즉흥연주에서 음악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의 감정 및 느낌들과 연결되고, 이것은 음악의 치료적 사용과 관계가 있다.
음악치료사는 즉흥연주를 통하여 클라이언트 자신의 느낌들을 음악적으로 (때로는 언어적으로) 지지해 주면서 자유롭게 그 느낌들을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그 즉흥연주의 음악적 구조와 배경은 클라이언트 자신이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을 토대로 지금까지 나는 클라이언트들이 음악 및 임상적으로 적절한 지지를 받으면서 다양한 악기들 또는 가창활동을 통해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는 임상적 즉흥연주가 상호교환적인 음악 만들기를 통한 음악적, 임상적, 그리고 치료적 관계들의 의미 있는 요소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치료에서 자주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을 볼 때, 임상적 즉흥연주는 그 활용 방법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치료 임상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즉흥연주의 보편적 음악자원 사용의 확장
내가 즉흥연주 및 음악적 상호작용을 위하여 폭 넓게 음악적 자원들을 개발하고 있을 때, 다양한 장르, 작풍, 그리고 리듬과 같은 음악적 요소들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노력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클라이언트들의 음악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시도 되었다 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캐나다는 여러 문화적 배경이 어우러진 나라이다. 이에 나는 다양한 민족적 음악 장르를 알아야 하는 것이 내 임상실습을 위하여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그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나라의 전통적인 민족 음악을 배우고, 또 그것을 나의 임상 속에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확실히 말하고 싶다. 결국에는 이러한 노력들이 필수적인 임상적 경험으로 승화되었고, 매우 긍정적인 치료적 산물을 생산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몇 개의 그 예를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첫째, 나는 우리의 전통민요인 아리랑을 캐나다의 노인층 클라이언트들과의 임상을 위해 사용하였다. 이러한 나의 시도는 개인 및 그룹 세션들 중에 피아노 vs. 피아노 (four hands piano), 또는 피아노 vs. 톤 차임 음악 만들기를 포함하는 활동 내에서 그 클라이언트들과 음악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 좋은 매개체로 승화되었다. 이때 나는 아리랑을 편곡해서 사용하였는데, G음을 첫 음으로 시작하는 다장조 오음음계 (C-D-E-G-A)를 사용한 아리랑의 주 선율을 피아노에서 오른손으로 연주하고, 왼손으로는 반음계적 화음 진행을 베이스로 하여 그 위로는 전환된 7화음의 연속진행을 혼합하여 주 화음들로 곡을 구성했다. 이렇게 5음 음계와 반음계를 혼합하여 새로 생성된 음악은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시도는 실험적인 것이었지만, 그 노인층 클라이언트들이 자발적이고 활동적으로 치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긍정적인 임상적 결과물을 가져오게 되었다. 게다가, 제공된 치료적 중재와 잘 이루어진 그 클라이언트들의 자율적인 참여 의도는 결국에는 그 클라이언트들의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불안감과 우울증을 감소시켰으며, 대/소 근육활동을 증진 시켰으며, 음악적 의사소통을 촉진하였고, 사회적 교류활동 및 다른 이점들을 증진 및 창출해내기에 이르렀다.
둘째, 나는 탱고 작풍을 이용한 그룹 즉흥연주를 진행하곤 하였는데, 이 활동 또한 클라이언트 대상 군에 있어 비 라틴 아메리카 계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행된 드럼 즉흥연주를 통하여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영역을 중재하는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그 탱고가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리듬의 특성은 클라이언트들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그들의 적극적인 세션참가를 촉진시켰으며, 구조적이고 상호교환적인 악기연주나 가창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그 탱고리듬은 드럼 즉흥연주를 하는데 있어 언제나 강한 그룹 응집력의 형성을 야기시켰다. 셋째, 발달장애를 겪으며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갖고 있는 청소년층의 클라이언트들과의 힙합(Hip-hop) 리듬 사용은 개인세션뿐만 아니라, 그룹세션에서 그들이 구조, 형식, 자신감, 자율표현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 시키는 효과적인 촉매제로 자연스럽게 사용되었다.
넷째, 다양한 작풍을 소재로 하여 구성한 론도 형식을 즉흥연주의 형식으로 사용한 것 또한 효과적이고 임상적인 접근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ABACA 형식은 (A-Spanish 작풍, B-Middle-eastern 작풍, C-Japanese 작풍) 각 작풍이 갖고 있는 고유한 소리 특성 때문에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갖고 있는 모든 클라이언트들을 음악적으로 감싸주는데 성공적이었다. 다섯째, 부기-우기(Boogie-woogie), 또는 블루즈(Blues)의 선율과 리듬을 사용한 즉흥가창 중재방법은 주의력 결핍장애(ADHD)을 갖고 있는 아동그룹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중재방법을 통하여 그룹 구성원들은 다양한 테마와 가사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들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그들의 주의집중 기간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노래 만들기를 하는 데에 필요한 집중력을 증가시켜 주는 데에도 간접적인 효과가 있었다.
여섯째, 에릭 사티가 작곡한 ‘짐노페디’나 쇼팽의 마단조 피아노 전주곡 (4번 라르고)의 화음진행을 이용한 톤 차임 즉흥연주는 치매증상을 가진 노인층 그룹과의 임상에서 잘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음악적 요소들의 적절한 배합은 그들의 주의를 끌기에 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응집력을 형성시키는데 있어서도 일조를 하였다. 이러한 중재과정을 통하여 그들은 음악 창작을 통한 표현을 경험하였고, 음악 만들기에 대한 자긍심과 사회적 상호작용도 증진되었다.
일곱째, 임상적으로 편곡된 포루투칼의 전통적인 민요 (Fado)인 ‘Cancao do mar’이 즉흥방식으로 가창 또는 악기를 통한 자폐증 아동들과의 드럼 연주에서 사용되었는데, 이 음악은 제공된 중재 방법 안에서 그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었으며, 특히 아동들이 서로 또는 치료사와 대화하는 응답식의 상호교환적 음악을 이용하여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임상에서 위에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음악 구성요소들을 실험적으로, 창의적으로, 그리고 임상적으로 사용하여 왔다. 여기서 그 모든 것을 자세하게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적어도 지금 한가지의 좀 더 구체적인 사례인 행진곡 및 그 변주곡들의 작풍을 어떻게 음악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하였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행진곡 및 그 변주곡들
나는 행진곡이 사람들을 일깨우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게끔 만드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쓰이는 행진곡들이 그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내가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직접 경험 했듯이 행진곡들은 군인들의 사기 및 자신감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증진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건강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나 자신도 1994년에 만기전역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행진곡은 타악기와 연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악 장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음악치료세션에서 치료사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클라이언트의 드럼 연주를 지지할 때 묘하게 그 클라이언트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행진곡의 간단한 박자는 기원적으로 사람이 걸을 때 생기는 보폭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경험하는 걷기를 연상시키면서 드럼 연주를 유도한다면 클라이언트들도 “기꺼이,” “자발적으로,” 또는 “친근하게” 연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행진곡풍의 즉흥연주는 지금까지 내가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음악적뿐만 아니라, 치료적으로도 상호작용을 하는데 있어 매우 유익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행진곡들은 클라이언트들이 스네어 드럼, 젬베, 템플 블락, 또는 봉고 같은 구체적인 악기들을 연주할 때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4분의 2박자가 전형적인 행진곡의 박자인데, 다양한 역동성 및 리듬변화들을 포함하는 작풍의 행진곡들은 클라이언트들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즉흥연주를 하는 동안 더욱 더 세련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육체적으로 대/소 근육사용에 크게 문제가 있지 않은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위에서 언급한 타악기들을 받자마자 연속적으로 즐겁게 또는 심리학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반복적 행동으로서의 연주를 하는 것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각 클라이언트들의 대/소 근육사용 능력 및 그들의 기분상태 등 여러 조건들 때문에 모든 클라이언트들이 위의 행진곡 풍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나이, 성별, 그리고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각 타악기에서 고유하게 발생하는 소리들을 가지고 행진곡풍에 맞게 이러한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연주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행진곡의 변주곡들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려고 한다. 클라이언트들이 타악기를 연주하는 동안, 행진곡의 변주된 스타일을 이용한 즉흥연주의 진행은 음악 및 임상적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들을 활기차게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나는 음악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그 행진곡을 리듬, 템포, 조성, 또는 조를 조옮김하는 형식으로 많은 변화를 마치 크리스마스 나무를 “장식” 하듯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즉흥연주에서 이러한 변주곡 스타일의 중재방법은 자주 상호작용의 기간을 지속하거나 늘리는 것을 촉진 시킬 수도 있다. 비록 나는 상호적으로 계속 연주하는 것 자체가 치료사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음악 및 임상적 상호작용은 임상을 수행하는데 있어 치료적인 목적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위의 음악 및 임상적 상호작용을 분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활동기간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아쉽게도 이미 언급한 것처럼, 행진곡 및 그 변주곡들은 신체적으로 대/소 근육을 전혀 사용 하지 못하거나, 사용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는 클라이언트들에게는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이점을 육체적으로 큰 장애가 있는 클라이언트들과의 실제 임상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 때로는 행진곡이 갖는 역동적인 리듬 패턴이 지체 장애를 가진 이들을 부담스럽게 만들거나, 그들의 정서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경험하게 되었다. 각 치료 대상에 대한 행진곡 및 그 변주곡들의 적절한 치료적 사용을 위한 시도는 최적조건의 임상적인 음악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한 층 더 깊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나는 지금까지 행진곡들을 Spanish, middle-eastern, rock, 또는 Hip-hop 같은 다른 작풍의 곡들과 연결시켜 즉흥연주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병행하여 왔다. 론도 형식을 이용하여 위의 여러 작풍들을 잘 배열하고 ABACA 중 A를 행진곡으로 시작하게끔 하여 새로운 즉흥연주 형식을 만들어 본적이 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시도해본 다양한 형식의 음악을 혼합한 즉흥연주를 만드는 연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래는 행진곡이 A로 시작되는 론도형식의 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 A. March
- B. Middle-eastern
- A. March
- C. Spanish
- A. March
결론
나는 앞에서 어떻게 내가 임상적 즉흥연주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였다. 또한, 내가 임상적 즉흥연주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와 무엇이 임상적 즉흥연주를 의미 있고 임상적으로 중요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일반적으로 치료세션을 진행할 때, 치료사와 클라이언트간의 성공적인 언어적 의사소통이 치료적 관계 및 그 치료자체를 만드는데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치료체제에서 이 언어적 의사소통은 치료사와 클라이언트의 관계성립을 만들어주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음악치료에서도 이러한 언어적 의사소통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치료)이 다른 치료들하고 구분되는 것은 바로 우리가 클라이언트들과 개인적, 임상적, 그리고 치료적 관계를 성립 하는데 있어 음악을 주 치료도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숙련된 음악 및 음악요소들을 사용하여 치료사가 클라이언트들과 의사 소통을 하고 위에서 언급된 관계들을 형성 한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로 음악치료사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다.
한가지 여기서 밝히고 싶은 것은,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임상적 즉흥연주 이야기들 이외의 것들은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이 글은 즉흥적 음악치료(Improvisational music therapy)의 전반적인 것을 검증하기 위하여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어떻게 비언어적이지만 임상적이고, 음악적이며, 더불어 미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을 뿐이다. 더불어, 여기서 다시 한번 명확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이 글을 통하여 임상적 즉흥연주가 가장 이상적이며 오직 하나뿐인 음악치료의 치료적 도구인양 여러분을 설득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이 글을 통하여 어떻게 음악적 자원들을 이용하여 클라이언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의사소통을 하였는지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경험과 실용적인 아이디어들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임상적 즉흥연주는 단지 음악치료에서 쓰이는 많은 치료기술들 중에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임상적 즉흥연주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치료사와 클라이언트들과의 관계성립 능력은 결코 무시되거나,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고급 즉흥연주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하여 고군분투 해왔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숙련된 음악사용을 깊게 이해하고, 통합하며, 음악치료에 필요한 중재에 잘 적용시키기는 데 초점을 두고 소신 있게 임상을 수행해 왔다.
나는 2007년 6월 거의 10년이라는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이미 나는 강단에 서서 음악치료에 대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임상실습을 감독하며, 음악치료사로서 국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에서 나의 임상을 해오다가, 지금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음악치료 관련 일들을 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큰 보람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음악치료가 힘든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힘든 것만이 음악치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힘들지만 의미 있는 여정은 음악치료사만이 가질 수 있는 형언할 수 없는 큰 보람 이라는 것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질의 음악이 주는 그 힘이 어떻게 임상적이고 치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며, 또 구체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 어떤 충족을 줄 수 있는 지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서도 계속해서 임상을 통해 검증을 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19세기의 독일의 시인이며 작가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음악에 대하여 한 말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구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When words leave off, music begins.” 이것은 “이야기가 멈출 때, 음악은 시작된다” 라고 해석될 수 있겠는데, 나는 “Where words end, music begins – 말이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라고 나름대로 재 해석해서 항상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음악치료사의 길을 가고 있다. 아! 얼마나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구인가?
참고문헌
Lee, C. A. (2003). The architecture of aesthetic music therapy. NH: Barcelona Publishers.
Cool Pub (1999-2007). Celebration for December 13 ~ When music begins [online].Daily Celebrations. Retrieved October 20, 2007 from http://www.dailycelebrations.com/121300.htm